
[바이오타임즈]광동슬롯 머신은 연결기준으로 2023년 매출액이 1조 5,144.5억 원, 단독 기준으로는 9,171억 원으로서 유한양행과 녹십자에 이은 국내 3위의 슬롯 머신기업이다. 광동슬롯 머신의 창업자인 고 최수부 회장은 ‘한방의 과학화’를 창업 이념으로 해서 1963년에 광동슬롯 머신을 설립했다.
이러한 창업 이념은 제품 개발로 이어져 1963년에 경옥고를 출시했고, 1973년에는 우황청심원을, 그리고 1986년에는 광동쌍화탕을 출시해 한방 약품 전문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광동슬롯 머신의 사업보고서에도 경쟁우위 요소에 대해서 “한방을 위주로 일반의약품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업계에서 바라보는 현재의 광동슬롯 머신은 슬롯 머신회사라기보다는 음료업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다. 광동슬롯 머신의 대표 상품인 비타500을 2001년에 출시하고, 2006년에는 옥수수수염차를 출시하면서 음료 사업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2년에 생수 브랜드인 삼다수의 유통사로 선정되면서 음료업체로서의 정체성이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창업자 고 최수부 회장에 이어서 대표이사 회장을 맡은 최성원 회장은 2013년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면서 음료 브랜드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에 광동슬롯 머신이 내세운 새로운 비전은 ‘2020 Triple 1. 휴먼헬스케어 브랜드 기업’으로서, 건강 관련된 브랜드의 확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음료 브랜드의 확장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보인다.

실제로 광동슬롯 머신은 그동안 슬롯 머신사업보다는 음료 사업과 건강기능식품 같은 비슬롯 머신 부문을 강화하면서 매출액을 키워왔다. 그런데 광동슬롯 머신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삼다수는 어느덧 계륵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국내 생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에 45.1%에서 2022년 42.8%, 2023년 40.3%에서 2024년 8월 기준 39.4%로 감소해 40%대가 무너졌다고 한다. 그런데 광동슬롯 머신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다수는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매출이 2022년 2,955억 원에서 2023년에 3,096억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가격 인상의 효과로 보인다.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2022년에 6억 9,012만 병에서 2023년에 6억 7,927만 병으로 1.5% 감소했는데, 2023년에 삼다수 판매 가격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마트의 삼다수 2리터 가격이 980원이었는데 2023년 2월부터 1,080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삼다수는 광동슬롯 머신 전체 매출의 33.8%에 달하지만, 제주개발공사에서 공급받아 위탁판매하는 방식이라 수익성이 낮다. 게다가 삼다수의 시장점유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광고비용을 늘리면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간 느낌이다. 광동슬롯 머신의 광고선전비를 보면, 2022년 375.8억원에서 2023년에 405.3억원으로 약 3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점유율 축소에 더불어 광고선전비 증가는 광동슬롯 머신 입장에서 수익성 악화라는 영향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023년 12월에는 건강기능식품회사 비엘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영양제 및 화장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광동슬롯 머신의 투자회사인 KD인베스트먼트는 색조 화장품 브랜드 데이지크의 지분 75%를 300억 원에 인수해 슬롯 머신사업에서 먼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화장품 시장의 경우 원가는 낮지만,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경쟁이 심하고 마케팅 비용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광동슬롯 머신이 새롭게 추진하는 이들 사업이 수익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없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광동슬롯 머신의 영업이익률 추이를 보면 지난 10여 년간 급속히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에 9.7%로 10%에 육박했던 영업이익률이 작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9%까지 하락해, 10년 만에 1/3로 줄어든 것이다.

물론 광동슬롯 머신이 슬롯 머신사업 투자를 도외시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광동슬롯 머신은 작년 8월에 체외 진단 전문기업 프리시전바이오를 인수했고, 이어서 이탈리아의 희귀의약품 전문기업 ‘키에시’를 통해 4종의 치료제를 도입하면서 슬롯 머신 부문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최근 글로벌 슬롯 머신사의 핵심 아이템인 비만치료제에도 도전해, 비만치료제 KD-101을 정부 과제로 진행 중이며, 임상2상을 종료하고 적응증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슬롯 머신 부문의 투자가 결실을 맺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지분을 투자한 프리시전바이오는 작년의 분기별 매출액이 2분기 51.2억 원에서 3분기에 47.4억 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1.7억 원에서 -12.9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로 인해 주가는 8월 3,900원대에서 최근에 2,900원 대로 하락한 상태다.
광동슬롯 머신의 주가도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10여 년 전인 2015년에 최고점인 19,1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 2025년 1월 21일 기준으로 5,54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브랜드라는 비전을 위해 음료 사업을 확대하면서 매출은 증가했지만,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기업 가치 또한 낮아진 것이다.

광동슬롯 머신의 창업자인 고 최수부 회장은 전통의약의 현대화라는 독창성, 한방의 과학화를 통한 슬롯 머신업체로서의 본질에 집중해 제품 개발과 좋은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경옥고와 우황청심원이라는 독창적 제품의 매출과 수익 증가에 화답함으로써 광동슬롯 머신의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해 왔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광동슬롯 머신은 ‘슬롯 머신’이라는 명칭을 붙이기 어려울 만큼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혼란은 결국 주가와 기업가치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광동슬롯 머신은 61번째 창립기념일을 맞아 과천지식정보타운에 본사 및 R&D연구소를 통합 이전하면서 글로벌 헬스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광동슬롯 머신이 광범위한 헬스케어 브랜드를 키우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인지, 선대 회장의 창업정신을 이어서 슬롯 머신 사업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일 것인지는 현 경영진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숫자로 표기되는 경영실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광동슬롯 머신의 경우 매출액을 늘리는 것보다 낮아진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더 중요한 지표일 것이다. 광동슬롯 머신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영진과 회장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슬롯 머신타임즈=신광철(애틀러스R&C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kcshin@ar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