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타임즈]최근 바이오슬롯 머신 프로그램 시장에서 작지만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소식 중의 하나는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이원범 대표가 ㈜비피도의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것이다.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CNS(중추신경계) 의약품 전문 기업이고 비피도는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이 신규사업 분야로 정한 건강기능식품 분야 전문 기업으로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신과 치료용 약을 생산하는 기업으로는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이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전체 매출액 중에서 CNS(중추신경계)의 매출 비중이 80% 이상이면서, 국내 정신치료 약물 시장의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문 기업이다.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올해 상반기 CNS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989억 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5.7%에서 79.7%로 4%P 상승해 CNS 전문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기업의 실적이나 미래 비전만큼 가치를 높여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밸류업 관점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 기업이기도 하다.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서울대 약대 출신의 이광식 회장이 1978년에 신경정신과 치료제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설립한 이후, 40년 넘게 기업을 이끌고 있다. 그러다가 2009년 미국계 데칸밸류어드바이저스펀드와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고비를 잘 넘기고, 2012년에 이원범 사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되면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이 밸류업 관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점은 CNS 전문 슬롯 머신 프로그램기업이라는 포지셔닝을 한 이후에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기업 가치 또는 경영 능력은 현자의 실적 못지않게 미래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여줘야 하는 것인데,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과연 그러한가?
이원범 사장은 2012년에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CNS 분야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매출 증대라는 양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 2023년에는 GSK와 유통 판매 계약을 맺고 항우울증, 파킨슨병, 편두통 치료제 등 6개 품목을 신규로 도입했다. 그러한 결과 대표이사 취임 전인 2011년과 비교해서 생산능력은 안성공장에 향남공장을 추가해 2.9배 증가했고, 매출은 1,101억 원에서 작년 2,304억 원으로 2.1배 증대했다.
다만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양적 성장만큼의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사업 구조상 CNS 부문이 독점적인데, 2011년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6.6%였고, 2023년에도 그 비중은 76.7%로 변화가 없다. 이사장 취임 이후 10년 이상의 사업 기간이 흘렀지만 사업 포트폴리오에 거의 변화 없이 유지해왔다고 볼 수 있다.
경영의 질적 측면에서 포트폴리오의 변화만큼 중요한 것이 영업이익률이라고 볼 수 있다. 2011년 영업이익률은 13.1%였고 작년 영업이익률은 13.1%로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 1분기 영업이익률은 13.5%로 다소 올랐으나, 2분기에 들어서 11.0%로 낮아졌다. 물론 2분기의 영업이익률 하락은 신상품 도입에 따른 원가율 상승과 향남 신공장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라는 요인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영의 질적인 측면에서 영업이익률의 변화가 없다는 점은 경영 능력을 보여야 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방법은 신규사업을 통해 실적을 보여줌과 동시에 지분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18년과 2020년에 인수 또는 설립한 자회사들이 기대만큼의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2018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와 화장품 기능성 원료를 개발하는 앰브로비앤피(주)의 지분을 100% 확보했으나, 작년 말 기준으로 자산총액 6억 5천만 원에 당기 순손실이 3억 9,900만 원이었다. 또한 2020년에 건강기능식품의 종합 유통 업체로 설립한 애즈유(주)는 작년 말 기준으로 자산총액 11억 1,300만 원에 당기 순손실은 6억 3,7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더해 올해 8월 150억 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한 비피도를 통해 건기식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피도는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원범·박명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키로 의결하면서, 이원범 대표의 비피도 이사회 입성과 함께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2세 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게 되었다. 다만, 건기식 시장은 여러 슬롯 머신 프로그램사뿐만 아니라 식품사들이 진입해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이원범 대표가 단기간에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신사업에 대한 움직임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시장에서의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창업자가 만든 CNS 의약품 전문 기업으로 포지셔닝이 되어 있을 뿐, 시장에서의 지위 측면에서 변화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환인슬롯 머신 프로그램이 자체 계산한 시장 지위를 보면, 2011년 기준으로 8위였고, 당시 1위였던 동아슬롯 머신 프로그램 매출액의 12% 수준이었다. 이를 2023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8위 규모에 머물러 있고, 1위인 유한양행의 매출 대비 12.3% 수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찌보면 욕심부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전문기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의 밸류업은 결국 명확한 미래 비전과 그것을 숫자로 보여주는 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원범 사장은 2013년에 창립 35주년을 맞아 “2020년 매출 5,000억 달성”이라는 ‘비전 2050’을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에 비전 달성을 위해 사업다각화 및 글로벌 경쟁력을 통해 비전을 달성하겠다고 선포했다. 5,000억이라는 매출 목표는 차치하고, 사업다각화와 글로벌 경쟁력은 얼마나 달성했는지? 2013년의 비전 선포에 이어서 다시 한번 사업다각화 관점에서 지분을 인수한 ㈜비피도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원범 사장은 밸류업을 위해 경영자로서의 경영 능력과 함께 후계자로서의 역량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타임즈=신광철(애틀러스R&C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kcshin@ar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