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드 2형에 감염된 슬롯 사이트 성인 환자에게서 효과 확인 못해
[바이오타임즈]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난 2022년부터 미국과 콩고 등에서 진행해온 슬롯 사이트(옛 명칭 원숭이두창) 글로벌 임상시험들이 모두 실패로 막을 내렸다.
NIH 산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10일(현지 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슬롯 사이트에 대한 테코비리마트(의약품명 티폭스)의 국제 임상시험 연구(STOMP)의 중간 데이터 분석 결과, 테코비리마트는 경증에서 중증의 클레이드 2형(Clade Ⅱ) 슬롯 사이트에 감염된 성인 환자의 병변 해소 시간을 단축하지 않았고, 통증 개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NIAID는 테코비리마트의 약물 안전성 문제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STOMP는 2022년 9월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일본, 태국 등에서 경증 및 중등증의 클레이드 2형에 걸린 슬롯 사이트 성인 환자 719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글로벌 임상이다. 슬롯 사이트는 유전형에 따라 클레이드 1형과 클레이드 2형으로 나뉜다.
테코비리마트는 미국 기업 시가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의약품으로, 당초 천연두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지난 1월 10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원숭이두창·천연두·우두 및 백시니아 합병증 치료제로 허가받았으며, 지난 7월 8일에는 영국 의약품 규제당국(MHRA)도 이를 허가했다. 지난 10일에는 일본에서 승인 심사가 통과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여전히 테코비리마트를 천연두 치료제로만 허가한 상황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유효성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NIAID의 이번 임상 실패 선언에는 STOMP의 데이터 안전성 모니터링위원회(DSMB)의 권고가 결정적이었다. NIAID는 “DSMB는 임상 참여환자의 추가등록을 중단하라고 권고했고, NIAID는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NIAID는 또 “중증 환자나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은 임상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공개 연구군 등록도 마감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NIH 후원 아래 NIAID가 테코비리마트로 진행한 슬롯 사이트 글로벌 임상이 모두 실패로 귀결됐다. NIAID는 지난 8월 아프리카 콩고에서 클레이드 1형 슬롯 사이트(Clade Ⅰ)에 걸린 성인, 소아 등 5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테코비리마트 임상(PALM 007)에서도 약물의 안전성은 확인됐지만, 효능은 위약군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실상 실패를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콩고에서 시작된 PALM 007은 올해 초에 마쳤다.
이에 따라 NIH는 슬롯 사이트 치료제 후보 약물을 새로 찾아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최근 FDA 승인 약물들 중에서 슬롯 사이트 치료제 후보 약물로 니클로사마이드를 가장 유력하다고 분석한 유럽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국제적 주목을 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렸다.
슬롯 사이트 치료제는 WHO, FDA, EMA에서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데다 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편 슬롯 사이트는 원숭이두창(Monkeypox)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급성 발열 및 발진성 희귀 질환이자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견돼 풍토병으로 여겨졌으나, 2022년 5월부터 세계 각국으로 변종 슬롯 사이트인 클레이드 2형이 확산했다. 당시 116개국에서 10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사망자 수도 200여 명에 달했다.
슬롯 사이트 재유행을 이끄는 클레이드 Ib형은 클레이드 2형과는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로, 치명률이 더 높고 전파 속도가 빠른 새로운 변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1b형에 걸리면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급성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체액이나 피부 접촉, 침 등을 통해 전파된다. 어린이, 임산부 및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 환자는 슬롯 사이트로 인한 합병증으로 심각한 질병을 앓거나 사망할 위험이 크다.
가파른 확산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슬롯 사이트와 관련해 PHEIC를 선포하고 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해 5월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PHEIC를 해제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올해 현재까지 아프리카 20개국에서 5만 9,000건의 슬롯 사이트 확진 사례가 보고됐고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슬롯 사이트타임즈=김수진 기자]sjkimcap@biotimes.co.kr
